시민 사회의 예술적 반영으로서의 헤겔 미학
-[헤겔미학입문], 토마스 메춰-페터 스쫀디 공저
1.헤겔과 예술 사회학을 위한 철학적 정초
헤겔 미학은 예술철학 분야에 있어 시민사회적 사상의 최고 정점을 이룬다. [미학]에서 헤겔은 통일적 방식으로 시민사회 동시대인들의 예술 이론이 지니는 진보적 경향을 총괄했으며, 예술과 문학의 역사 철학적 영역 전반을 다룬다. 헤겔의 지속적인 업적은 예술과 사회와의 관계를 미학의 범주적 근본 구조로서 체계적으로 파악한 것이며 예술 철학적 분석의 중심부로 그 문제를 확립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헤겔에 의하면, 미란 "감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속에서 실현된 이념"으로 파악된다. 헤겔은 '예술미'를 '이념상'이라 부른다. 그것은 단지 '감각적 질료의 추상적 통일'인 '자연미'의 추상적 형식과는 달리 예술미는 "미에 적합한 현실성이며 예술의 특수한 감각적인 객체 가운데 감각적인 표상과 직관을 위해 형상화된 이념'이다.
결국 예술은 총체성이다. 왜냐하면 예술은 주관과 객관의 과정적인, 변증법적인 운동의 표현 양식이기 때문이다. 예술 속에서 드러나는 이념은 주관 정신과 객관 정신이라는 주관과 객관의 통일성이라는 의미에서 총체적일 수밖에 없다. 예술은 감각적인 가상을 매개로 하는 인식 또는 지식으로 규정된다. 이랬을 때 헤겔이 주관과 객관의 변증법으로서 현실성이라 부르는 예술의 '내용'은 사회적 실천이며 역사적 과정이며 '우리들 현존의 총체적 내용'이다.
보편적 세계 상태이론, 상황이론, 행위이론 등을 통해서 제기되는 헤겔의 미학은 인간중심적 성격을 띠고 있다. '진정한 미와 예술의 내용과 중심점으로서 인간적인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적인 것은 헛된 추상물이 아니라 행위의 주체로서 충만한 개체성이며 자기 완결된 주체이다. 그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인간적 개체성 속에 사회적 성격이 풍부하게 드러나게 됨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는 미적 세계와 경험적 세계와의 관계로서 나타난다. 미적 세계 내부에서 형식적으로 조직된 내용은 실제적인 사회 과정으로부터 창출된다. 미적 세계와 경험적 세계 사이에 유사성의 관계가 성립하는데, 이것은 작품으로 드러난다. 작품 세계는 경험적 사회가 실천 속에서 이루어 놓은 형태들 속에 등장하는 실재적 세계를 감각적이며 직관적 구체화의 상태로 옮겨 놓은 세계이다.
2.헤겔의 문학 이론-헤겔 미학 해설
(1)자연과 예술
헤겔은 그가 전개시키고자 하는 학문의 어의에 대하여 명확히 한 다음 미학이란 학문의 대상을 다룬다. 헤겔은 이전의 방식과는 달리 예술미만이 미학의 대상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점에서 헤겔은 칸트 미학과 대립점을 형성한다. 자연의 모방으로서의 예술관을 지니고 있던 칸트에게 있어 예술은 자연의 정확한 재현을 포함하게 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자연 모방으로서의 예술이 미학으로 편입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헤겔에 따르면, 미란 모든 것을 자신 속에서 파악하는 자로서 '진실하고 우월한 존재'에 의해 추구된다.
헤겔에게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연 자체, 즉 감각적인 실재성이 아니라 정신이었다. 직접적인 것의 세계가 정신 속으로 함입되고 정신이 이런 세계 속에서 자신을 담지할 때, 그리고 이런 세계가 예술 속에서 가상으로 될 때 비로소 이중적 기만은 지양되고 내적-외적 자연의 사물들이 그들의 진정한 현존에 도달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헤겔 철학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변증법적 사유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헤겔의 변증법은 대립과 통일로서의 정신과 자연, 자유와 필연, 보편자와 특수자, 본질과 현상 사이의 심원한 분열을 극복-화해시키려는 추구이다.
예술은 그 가상적 성격으로 인해 철학적인 취급의 가치를 갖게 된다. 자연과 정신은 자신을 넘어서 타자를 단지 소원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타자로서 그 자신의 소외로 파악하고 타자 속에서 자신을 재인식하여 소외 혹은 소원함을 극복해야 한다. 헤겔의 칸트 철학에 대한 비판은, 이성과 현실, 주관과 객관의 대립에서의 통일이 헤겔 자신에 있어서는 결국 현실 자체의 원칙으로서 주장돠었음에 반해 칸트는 그것을 현실성의 본질로서가 아니라 이성의 본질로 요청했다는 점에 있다.
(2)시민 사회와 예술
헤겔 미학에서 '산문성'이란 단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18세기 이래 점점 증대되는 사회적 억압과 구속이 의미하는 강요된 일면성의 경직화, 즉 대립의 고착화에 대한 헤겔의 경험적 파악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빌헬름 마이스터는 이같은 경직된 고착화를 예술로써 극복하려 한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예술적 고행은 그가 현실 속에서 결핍된 채로 주어지는 조화, 즉 세계와의 화해를 실현하려는 의지인 것이다.
빌헬름 마이스터가 시민사회의 모순을 예술적으로 극복하려 한다면, 철학은 그 자체로서 진리에의 전진이다. 왜냐하면, '진리란 그 자체로서 총체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객의 대립과 지양에서 현실에 대해 문을 닫아 건 낭만주의 예술이 주관적 열광으로 도피해 버리는 것에 대해 헤겔은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현실의 모방으로서 예술을 파악하는 것은 오류이며, 또한 현실의 주관적 왜곡 역시도 오류이다. 헤겔에 의하면, 진정한 정신으로서의 예술이란 "즉자-대자적인 것으로 그럼으로써 그것은 결코 대상성 저 너머에 있는 추상적 본질이 아니라, 바로 대상성 내부에서 유한한 정신에 의해 모든 사물의 본질을 상기시키는 행위 그 자체"이다.
이것은 헤겔 미학이 보다 폭넓은 외연과 내포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의 미학을 역사적 근거로서 인식을 향한 총체성 속에서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은 아무리 전체로서는 회의적이지만, 새로운 노력을 경주하는 데 있어 언제나 우리의 모범이자 스승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3)예술형식의 변증법
헤겔은 예술사 파악의 세 가지 단계를 구분한다. 즉, 이념이 감각적 예술 형태 속으로 삼투되어 그것과 완전히 화합하고 나서 다시 극복되며, 이제는 더 이상 감각적 현존 방식이 아닌 종교와 철학에로 나아간다. 이런 과정의 세 단계가 곧 헤겔이 예술사를 파악하는 기준으로서 세 예술 형식과 대응한다. 그것은 바로 상징적 예술 형식, 고전적 예술 형식, 그리고 낭만적 예술 형식을 의미한다.
헤겔이 상징적 예술 형식을 자신의 체계 속으로 도입한 것은 물론 자기 시대의 보편적 경향과 부합한 것이었으며, 자신의 시대 동료들의 역사적 연구 결과를 그의 미학 속으로 소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헤겔에 따르면, "상징은 직관에 대해 직접적으로 현전하거나 주어진 외적 실존이지만 그것은 직접적 상태 그대로 취해질 바가 아니라 나아가 하나의 확대된 보편적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상징에서는 동시에 두 가지가 구별될 수 있는데, 첫째가 의미이고 두 번째가 의미의 표현"이다. 헤겔에 의해 그것은 의미와 형상의 통일이라든가, 환상적인 상징 예술, 형식과 내용의 완미한 조화 등의 개념을 거쳐 본래적 상징 예술로 그 개념을 진전시켜 간다. 이 때 다시 등장하는 것이 숭고로서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문학에만 한정된다.
고전적 예술 형식은 역사 철학적 가운데에서 두 번째 형식으로 나타난다. 이 형식에서 비로소 예술미 즉 이념상에 관한 헤겔의 규정이 완전히 실현되는 것이다. 고전문학에서 인간의 해로운 적으로 나타나면서 신에게 바쳐진다는 의미에서보다는 영웅이 그들을 죽임으로써 신들의 계열에 서게 된다는 의미에서 동물들은 보여진다. 이집트의 경우 기본적 자연의 신들로 동물들이 숭배되었던 반면 그리스에서 특정한 죄를 지은 자가 벌로써 동물로 격하되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고전적 미에 대해 헤겔은 고대 그리스 신상들의 미가 불러일으킨 인상을 영감적이로 확신에 찬 어조로 표현한다. 오늘날 소설과 서사 문학인 희곡은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와 비극과는 반대된다. 그러나 주관적인 것은 객관적인 것과 매개되어 있고 특수한 것은 보편적인 것과 매개되어 있다. 이런 생동하는 매개의 소멸이 낭만적 예술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낭만적 예술 형식은 고전적 예술 형식에 반대되고 또한 그 반영되는 모습이 상징적 예술 형식과 일치하고 있다. 헤겔이 이해하고 있듯이 낭만적 예술 형식은 오랜 기간의 역사적 시기와 다양한 양식을 포괄하고 있다. 즉 헤겔의 낭만적 예술 형힉의 개념은 보통 말하는 고전주의와 리얼리즘 사이 수십 년을 의미하는 우리들 당대의 개념과 일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헤겔에게는 낭만적 예술 형식의 기초는 고전적 예술 형식 이후의 총괄적인 예술로서 중제,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모두를 의미한다. 이념의 감각적인 가상화로서의 예술미는 정신과 자연, 주관과 객관, 내부와 외부, 영혼과 육체의 통일이며 상호 매개이었다. 낭만적 예술 형식의 이러한 이중성은 정신과 자연, 이념과 감각적인 것의 새로운 분열로서 미의 과정 속에서 고전 시대의 행복한 이념상을 넘어서는 다음 단계로 상징적 예술 형식이 보여 준 분열을 반복한다. 헤겔은 낭만적 예술의 두 가지 근본 유형을 구분한다. 첫 번째 유형은 행동하는 유형이며, 두 번째 유형은 그들의 내면성 속에서 살고 있는 성격이다. 따라서 '돈키호테' 속에서 아직 기사도의 낭만적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 인물에에 새로운 허구를 향한 모험적인 기괴한 사건 속에서 언제나 이런 이념상의 낭만적 세계를 응징하게 되는 산문적 세계가 대립되어 있는 한, '돈키호테'의 영웅은 동시에 후세기의 소설을 준비한 것이며 또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로부터 노발리스, 티크, 아이헨도르프, 모리크의 낭만주의적 발전과 낭만적 예술가의 시대를 넘어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독일 문학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4)개별 예술들의 체계
헤겔은 의미에 의해, 재료에 의해 예술들을 구분한다. 헤겔이 양 요소들 즉 이념과 감각적인 것의 상호대립으로 미의 과정을 파악하는 발전의 초기에는 양자 사이의 분열로서 의미와 형상간의 대립이 존재하는데 바로 이것이 상징적 예술 형식의 특징이다.
문학의 질료로서 음향은 정신의 표출을 위한 수단으로 직관과 표상의 매체로 되는 것이다. 음악에서는 음향 형성이 바로 자기 목적이지만, 언어에서는 표현 수단이요, 내용의 기호가 된다. 문학의 질료가 비록 감각적 음향이긴 하지만 그것의 속성은 감각적 질료성에 있다기보다는 정신적인 것에 대한 하나의 기호로 작용한다는 점에 있는데, 이것이 헤겔 [미학]에서 문학에 부여되는 가치와 일치한다.
헤겔은 시문학에 상반되는 개념을 산문이라고 불렀다. 헤겔에게는 전적으로 색다른 산문 개념이나 시문학에 근거한 개념의 공허한 수사학적 적용이 중시되는 것이 아니라 헤겔이 언급하려 했었던 보편적인 세계 상태의 형식과 예술의 형식이라는 동질적 차원의 사실을 파악해야만 하는 개념이 중시됨을 이해해야 한다. 구체적 총체성은 서사적 문학의 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보인다. 잠언시나 철학적 시가 보편적인 것에 머무르는 반면에 서사시는 헤겔에 의하면 한 행위의 사건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이 바로 시민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의미이다